우리말에서 나이 70을 口語로는 ‘일흔 살’, 文語로는 ‘古稀’라고 한다. 고희는 杜甫의 “사람이 70을 사는 것은 예로부터 드물었다.(人生七十古來稀)”는 말에서 유래했다.
옛날 수명으로는 70세만 살아도 오래 산 것이어서 고희라 했을 것이다. 또 90을 卒壽라고도 한다. 한자사전에 ‘卒’의 와자(譌字; 잘못 쓰이는 글자)가 ‘卆’이다. 이 ‘卆’자를 破字하면 ‘九十’이다. 옛 문헌이나 족보에 졸수가 있는데, ‘卒壽八十’이면 여든 살에 죽었다는 말이다.
古稀나 卒壽는 남에게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너무 오래 살 았다'거나, '죽을 나이' 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自稱은 가능하다. “내가 고희가 됐어”라든가 “내가 어느덧 졸수가 됐어” 등, 만약 九旬을 맞은 어르신께 “졸수를 慶賀드립니다.”고 해보라! 이런 망발이 어디 있겠는가?
흔히 쓰는 '未亡人'도 자칭만이 가능하다. 미망인은 (옛날, 남편을 따라 죽었어야 할 것을)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란 말이다. 남편을 잃은 부인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이다. 喪家에서 부인을 위로한답시고 “미망인께서는 얼마나 애통하십니까?”라고 한다면, 이런 실례도 없을 것이다.
망연자실, 슬픔에 젖은 부인에게 대놓고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니...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다. 일상의 언어예절도 한 번 쯤 되새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