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본이름이나 자(字) 외에 허물없이 부를 수 있도록 지은 이름. 호는 2종 이상의 이름을 가지는 풍속(複名俗), 또는 본이름 부르는 것을 피하는 풍속(實名敬避俗)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호의 사용은 唐代부터 시작하여 宋代에는 보편화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元曉의 호는 ‘小性居士’, 효자인 聖覺의 호는 ‘居士’, 狼山 아래 살던 음악가의 호는 ‘百結先生’이라 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이러한 호는 자신이 짓기도 하고, 남이 지어 부르기도 하였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호는 雅號와 堂號로 나누기도 한다. 아호는 흔히 시·문·서·화의 작가들이 사용하는 우아한 호라는 뜻으로 일컬음이요, 당호는 본래 집(正堂과 屋宇)의 호를 말함이나, 그 집의 주인을 일컫게도 되어 아호와 같이 쓰이기도 한다.
호를 짓는 기준에 대해 李奎報는 그의 ≪白雲居士語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거처하는 바를 따라서 호로 한 사람도 있고, 그가 간직한 것을 근거로 하거나, 혹은 얻은 바의 실상을 호로 한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서 세 가지 기준을 볼 수 있는데, 申用浩(공주대 명예교수)는 이 세 가지 기준에, “자신이 목표로 삼아 도달한 경지나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와 의지에 따라서 호를 짓기도 한다.”는 한 가지를 더하여, 네 가지 기준으로 말한 바 있다.
① 所處以號:생활하고 있거나 인연이 있는 처소로 호를 삼는 것,
② 所志以號:이루어진 뜻이나 이루고자 하는 뜻으로 호를 삼는 것,
③ 所遇以號:처한 환경이나 여건을 호로 삼는 것,
④ 所蓄以號:간직하고 있는 것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호를 삼는 것 등의 네 가지가 곧 그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스스로 호를 짓기도 하고, 부모나 스승·친구가 호를 지어주기도 하여, 사람에 따라서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의 호를 쓰기도 한다. 이미 고려시대의 이규보는 여섯 개의 호를 갖기도 하였다. ‘白雲居士’·‘三酷好先生’·‘止止軒’·‘四可齋’·‘自娛堂’·‘南軒丈老’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의 다양한 호를 사용한 이는 金正喜이다. 吳濟峯이 조사, 수집한 ≪秋史先生雅號集≫에 의하면 무려 503개나 된다. <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