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시조 시제를 지낼 때 후손들을 놔두고 외부인을 불러 헌관을 하게 한다는 건지 불분명합니다.
먼저 서원의 원장과 장의 등을 타 가문 사람들이 맡는 건 재래의 관행입니다. 서원은 배향된 분의 후손이 아니라 제자들이 스승을 기리며 모인 곳이니 후손 특히나 봉사손이 서원을 맡는 것은 예법에 어긋난다기 보다 체면이 상하는 일이라 꺼리는 것이죠. 굳이 하려면 못할 건 없지만 사립학교 이사장이 교장까지 겸하는 것과 비슷하게 보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자손들이 시조의 시제사를 지내는데 헌관과 집사를 외부에서 부르고, 자손들은 돈 내고 절만 하고 가는 거라면 그건 전혀 이해가 안가는 상황입니다. 시조의 시제사라면 종손이 초헌관을 맡아야죠.
'서원'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서 전통을 이어가고 싶으시다면 다소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가문의 중지를 모으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만, 요즘은 많은 서원들이 이름만 남고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죠. 가문과 인연이 깊고 친인척으로 엮여 가까운 분께 자리를 부탁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고, 서원으로서의 활동이 정말로 없다면 이름 뿐인 서원을 직접 맡으시고, 사당의 기능에 집중하는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