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오랫동안 음력을 기준으로 제사를 지내왔으며, 가능하면 우리 전통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다만 현대인이 양력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양력 제사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제사는 계절을 중시하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해설];
제사는 오랫동안 음력으로 지내왔다. 그러나 아래의 예문에서 보듯이 제사에서 계절이 갖는 의미가 크다. 옛날에도 지금처럼 달력이 흔했다면 하늘에 있는 달 모양만 바라보면서 날짜를 계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4절기는 누가 뭐라 해도 양력이다. 계절의 변화는 음력이 아닌 양력이라야 명확해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가 필요하다. 음력으로 제사를 모실지 양력으로 모실지는 집안 어른들과 가족들의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계속 제사를 이어가기를 바란다. 그런데 지금처럼 기성세대는 음력을 고집하고 다음 세대는 음력을 모른다면, 자제들이 고인의 돌아간 날을 모르게 될 것이다. 다음 세대가 양력의 일상을 사는 것은 현실이다. 우리 자제들이 제사를 좀 더 가까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해 봐야한다.
제삿날의 음력, 양력 문제는 2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지금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음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둘째는 음력과 양력 가운데 어느 것이 계절을 잘 반영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아래는 주장이라기 보다는 참고사항을 기록해 둔 것이다.
첫 번째, 실생활에서의 양력 사용 문제를 살펴보자. 관공서의 공무, 기업과 민간의 활동에서 대부분이 양력을 사용한 지 오래되었다. 국가의 기념일도 그렇다. 공휴일 가운데 설과 추석을 빼면 모두 양력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젊은 사람들은 아예 음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든 사람들도 자신의 일상에서의 음력은 생소하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음력을 제삿날에 사용해야 하는 하는 것은 사람들이 제사를 멀게 느끼도록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다. 거기에다 축문도 이해하지 못하는 干支까지 맞춰야 하니, 더욱 난감한 일이다. 두 번째, 양력이 제삿날로써 부적절한 이유가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양력을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음력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생각해볼 것은 제사와 계절의 관계이다. 계절을 기준으로 제삿날을 잡는 경우가 이미 있다. 아래 문헌에서 볼 수 있듯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제사를 따로 구별하고 있거나 동지, 춘분, 하지, 추분 사시제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사지제는 正祭라 부른다. 전통사회에서 사시제는 기제보다 중요한 제례이다. 예를 들어 주자는 기제사의 재계를 1일, 사시제는 3일을 하라고 했다. 묘제 또한 계절을 기준으로 삼는다.
절기는 음력이 아닌 양력을 따른 것이다. 규칙적으로 변하는 달의 모습에 기반한 음력은 일상에서 날을 따지는데 편리했지만, 계절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기후의 변화에 맞춰 씨 뿌리고 거둬야 하는 농사에는 양력이 필요했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인 黃道를 24개로 나눈 것이 절기이다. 황도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절기는 태양력이며, 농사를 짓는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조선시대의 권농가인 농가월령가의 가사를 보아도, 월별로 첫 가사에 2개씩 절기를 들고 계절을 설명하며 시작된다. 전통시대의 선조들도 음력과 양력을 竝用한 것이다.
한편 음력은 19년에 7번 윤년이 든다. 윤달에 돌아가신 분은 다시 윤달이 돌아와도 그 윤달에 제사를 지내지 않고, 그 윤달에 앞선 [正月(바른 달)]에 제사를 지낸다. 후손된 자로서 돌아가신 윤달의 그 날에 제사를 지내지 못하니 무언가 섭섭한 마음이 남는다. 음력을 기준으로 날을 잡으니 생기는 문제이다.
[근거자료];
* 春秋公羊傳 : 봄 제사를 사(祠)라 하고, 여름 제사를 약(礿)이라 하고, 가을 제사를 상(嘗)이라 하고, 겨울 제사를 증(烝)이라 한다.(春曰祠 夏曰礿 秋曰嘗 冬曰烝).
* 通典(杜佑 • 735~812) : 선왕이 예를 제정할 때, 네 계절로 제사 지내게한 것은 계절이 옮겨 가고 절기가 바뀌면 효자는 감회가 있어 어버이를 생각한다. 그러므로 맛있는 것을 받들어 올려 효도와 공경의 마음을 편다.(先王制禮 依四時而祭者 時移節變 孝子感而思親 故奉薦味 以伸孝敬之心).
* 韓魏公祭式(韓琦 • 1008~1075) : (사계절에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인) 正祭는 춘하추동의 가운데 달에 하는데, 춘분과 하지, 추분과 동지 및 정월 초하루인 元日로 1년에 다섯 번이다.(凡正祭以四時之仲月 春分夏至秋分冬至並元日 一歲而五).
* 正蒙(張載 • 1020~1077) : 제사 일자를 춘분과 추분, 하지와 동지에 하는 것은 그 음양이 왕래하는 것을 취하고, 또 그 절기의 가운데를 취하고, 또 기 시기가 균등함을 귀중하게 여김이다.(祭用分至 取其陰陽往來 又取其氣之中 又貴其時之均).
* 二程全書(程頤 • 1033~1107) : 묘소에 가서 절하는 것은 10월 1일에 하는데, 서리와 이슬에 대한 감회 때문이다. 한식이 되면 또 평상시의 예에 따라서 제사를 지낸다. 제찬은 집 안의 재산 정도에 맞춘다.(程子曰 拜墳則十月一日拜之 感霜露也 寒食則又從常禮祭之 飮食則稱家有無).
* 禮書(陳祥道 • 1053~1093) : 매달 초하루는 한 달의 시작이다. 네 계절은 天道가 변하는 것이고, 동지는 陽이 생기는 시작이고, 입춘은 사물이 생기는 시작이며, 늦가을은 사물이 완성되는 시작이고, 기일은 어버이가 돌아가신 날이다. 군자는 이때가 되면 반드시 슬프고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그러므로 追遠의 예를 행한다.(月朔一月之始 四時天道之變 冬至陽生之始 立春植生之始 季秋成物之始 忌日親之死日 君子於此必有悽愴怵惕之心 故因之而行追遠之禮).
* 朱子語類(朱熹 • 1130~1200) : 날을 잡는 데 일정함이 없다면 경건하지 못함이 있을까 염려된다. 사마온공은 ‘다만 춘분과 추분, 하지와 동지를 사용한다’ 라고 했으니 이 또한 옳다.(卜日無定 慮有不虔 司馬公云 只用分至 亦可).<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