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의식을 밝게 익히어, 제상에 음식을 차릴 때 그 차례를 잃지 않아야 하고, 그 의식을 책에 적어서 여자를 가르쳐야 한다. 무릇 과일이나 곡식ㆍ고기ㆍ채소 등이 생겼을 때에는 반드시 먼저 갈라내어 제사 때 쓸 것을 마련해 둔 다음 다른 곳에 써야 한다.
무릇 제삿날 제사 음식을 장만할 때에는 시끄럽게 웃거나 말을 많이 하지도 말고, 아이를 때리거나 女婢를 나무라지도 말라. 음식물이 삶아지거나 구워질 때의 그 증발된 기운이 신령을 흠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떡이나 과일을 너무 높이 괴어서 어지럽게 떨어지도록 하는 것은 정결한 정성이 아니다.
무릇 기제사 때에 술잔을 올린 뒤 문을 닫고 나서 반드시 곡을 그치고 정숙하는 것은 신령이 번거롭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부인들은 예의 뜻을 알지 못하고, 이때에 혹 곡을 그치지 않는 자도 있는가 하면, 그치게 하면 더욱 곡을 해 마지않는 자가 있으니, 이것이 어찌 신령을 섬기는 예이겠는가? 이러한 습속이 여간 많지 않은데, 고치는 것이 옳다. 상중에 있을 때 부녀들은 스스로 편안함을 취하여 朝哭ㆍ夕哭이나 朝夕上食하는 자리에 혹 참여하지 않는 자가 있는데, 孝順의 마음이 없어진 것이다.
제상에 차리는 떡을 높이 괴어 올릴 때 겉면만 보기 좋고 반듯한 떡으로 쌓고 속에는 부스러기로 채우는 것은 어찌 신령을 섬기는 성의이겠는가? 무릇 제사란 깨끗한 재계를 힘쓰고 슬픈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진실로 이와 같이 한다면, 한 그릇의 쌀밥과 한 그릇의 나물국으로도 족히 귀신을 흠향시킬 수 있지만, 진실로 이와 같지 아니한다면, 비록 태뢰(太牢)와 오제(五齊)를 차려 놓는다 하더라도 이는 남의 눈에 자랑하기 위하는 일일 뿐, 성심은 결여된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제사는 집안 형편에 따라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차리지, 그 가난하고 부유함을 계산하지 않는다.
지금 세상 부인들은 제사 음식을 풍부하게 갖추지 못하는 것을 큰 수치로 여겨, 무릇 제사 음식을 장만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일가와 이웃 마을에 넉넉히 나누어 먹일 것부터 계산한다. 그래서 집안 재정이 부족하면 반드시 빚을 얻어서 장만하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빚쟁이가 빚을 독촉하면서, “빚을 내어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서 즉시 갚지 않으니, 어찌 그리도 불효한가?” 라고, 반드시 욕설을 하게 된다. 아, 이런 짓은 참으로 불효로다! 대개 사치스럽게 제사를 지냄으로써 가산을 파탄하는 자가 있는데, 이것이 어찌 조상의 뜻이겠는가?[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