祭禮는 朱子의 말로 살펴보면 기제에 한 분만을 모시는 것이 옳으나 程氏 및 우리나라 晦齋(李彦迪)는 두 분을 함께 모시는 것 또한 인정에 부합된다고 하였고, 또한 요즘 세상에 통행되는 예라네. 우리 집안 역시 선대로부터 두 분의 신위를 함께 모셔 온 까닭에 나 역시 따라서 행하고 있네.
栗谷 선생이 초년에 옛 법규를 따라 함께 모셨다가 중년에 한 분만을 모셨는데, 말년에 이르러 또다시 함께 모셨다네. 내가 일찍이 여쭙기를, “앞서 한 분만을 모시는 제사로 고쳤다가 어째서 그대로 행하지 않고 또다시 고치십니까?” 하였더니, 율곡 선생이 답하기를, “두 분을 함께 제사 지내는 것이 마음에 편안한 까닭에 다시 함께 모셨다.”고 하였네.
나의 생각으로는 先考의 제사에 先妣의 신위가 설령 두세 분이 될지라도 취사선택을 하지 말고 모두 함께 제사 지내는 것이 마땅하지만, 先妣의 제사에는 제사 지내야 할 분의 신위만을 모셔 先考의 신위와 함께 제사 지내는 것이 옳을 것 같네. 그러나 선대로부터 여러 夫人을 함께 제사 지내 온 까닭에 감히 고칠 수 없네.
오늘날 우리 집안은 4代[당시 長孫으로서 高祖考妣와 曾祖考妣를 옮겨 와 받들었다.] 외에 또한 죽은 아내 및 아들과 子婦가 있어 모두 13位이네. 각기 하나씩 탁자를 차리려고 하면 실로 구차스러운 점이 많기 때문에 國朝五禮儀를 따라 하나의 탁자에 함께 차리되 밥과 국을 각기 따로 올렸네. 만일 돌아가신 내외분에게 각기 하나의 탁자로 차리려면 대청이 비좁아서 다 놓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릇과 반찬 또한 마련할 수가 없네. 이러한 곡절이 예법에 부합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집안의 형편이 또한 그러하니, 형편을 헤아려서 처리하도록 하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