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례집설에 묻기를, ‘제사 지낼 때에는 어찌하여 영정을 써서는 안 됩니까?’ 하니, ‘程子가 말하기를, 「영정을 써서 제사 지낼 경우에는 모름지기 터럭 하나라도 차이가 없어야지, 수염의 터럭 하나라도 더 많을 경우에는 문득 다른 사람이 되고 만다.」’ 고 하였다.
○건재쇄철록(蹇齋瑣綴錄)에 이르기를,
“우리 先代의 遺像들이 모두 세월이 오래되어 종이와 비단과 먹의 색깔이 바래고 부서져서 펼쳐서 玩賞할 수가 없었다. 이에 그림 그리는 사람 王琚에게 명하여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그려서 새로 한 축을 만들게 하였다. 그런 다음 각각 四言六句로 그 사이에 贊을 써 넣었다. 이에 歲時와 忌日에 걸어 놓기가 간편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잃어버리는 데에는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전에 儒先의 군자가 한 말을 보니, ‘영정은 실제 모습과 터럭 하나라도 같지 않을 경우에는 문득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하여, 영정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처럼 말하였다. 유선이 한 이 말은 반드시 당시의 자손들로서 일찍이 조부모와 부모의 모습을 알고 있는 자를 위해서 말한 것이지, 후세의 자손들을 위해서 한 말은 아니다. 대개 후세의 자손들은 일찍이 고인의 평소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어찌 흡사한지 아닌지의 여부를 알 수 있겠는가.
만약 착한 자손이 영정을 한 번 본다면, 그 사이에 어찌 先祖께서 그 자리에 임해 계신 듯한 느낌이 들어서, 感慕하고 분발하여 자신의 몸을 닦고 행실을 닦아 낳아 주신 분께 누를 끼치지 않기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점으로 보면 또한 先儒의 한마디 말에 빠져서 영정을 휴지 조각처럼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하였다. 살펴보건대, 이 말이 비록 좋기는 하다. 그러나 후세의 자손들을 위해서 한 말은 아니라고 운운한 것은 타당치 못한 듯하다.
[註]; 齋瑣綴錄, 明나라 尹直이 撰한 책으로, 모두 8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明나라 때의 掌故에 대해서 기술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