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시 청초나 홍초를 켜는데 어떤 것이 신랑(陽)을, 어떤 것이 신부(陰)를 의미하는지요? 누구는 청색이 신랑이고, 누구는 신부가 청색이라고 하는데, 오행의 원리로는 청색(木. 東. 陽)과 적색(火. 南. 陽)이 모두 陽이고 태극의 원리로는 적색이 양, 청색이 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미로 어떻게 구분하는지, 신랑, 신부의 바른 위치(東西)도 알고 싶습니다.
[답];陽과 陰의 상징색과 신랑•신부의 바른 위치에 대한 답변입니다.
하늘과 남자가 바로 양이 아니라 양을 상징한 것이고, 땅과 여자도 그것이 바로 음이 아니라 다만 음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양과 음의 상징색을 이해하려면 양의 자체와 음의 자체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양은 햇볕이 나는 것을, 음은 해를 가리어 그늘이 진 것을 말합니다. 산의 남쪽은 햇볕이 잘 쪼여 양지가 되고 산의 북쪽은 언덕이 해를 가리어 그늘이 져서 음지가 됩니다. 양지와 음지는 언덕에 의해 생기므로 햇볕의 陽자와 그늘의 陰자를 언덕阜변에 쓰는 것(說文解字)입니다.
따라서 양의 본체는 햇볕이고 음의 본체는 그늘입니다. 그러므로 양의 상징색은 태양의 색깔인 붉은색이고, 음의 상징색은 그늘진 산의 색깔인 푸른색입니다. 그 예로 임금이 앉는 龍床의 日月五岳圖에 해는 홍색, 산은 청색으로 그린 것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태극기의 태극은 양과 음의 조화를 상징하여 양은 홍색, 음은 청색으로 그린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태극의 색깔(紅靑)을 바꾸기 전에는 양과 음의 상징색에 대하여 異說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더러는 중국의 예절에서 陽玄陰纁을 들어 玄色에 가까운 靑을 써서 陽靑으로, 훈색에 가까운 紅을 써서 陰紅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靑紅의 글자가 없어서 玄纁을 썼을 리는 없습니다.
陽玄陰纁이란 天地玄黃에서 온 것으로 하늘은 아득히 가물가물해서 玄이고 땅은 누런데서 黃이 된 것으로, 양과 음 그 자체가 아니라 양과 음으로 상징되는 천지를 말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陽紅陰靑은 양과 음의 본체인 해와 그늘의 색깔을 표현한 것이므로 음양의 원리에 더욱 합당할 것입니다.
예절에서의 방위는 동서남북이라 하는데 이는 예절을 하는 장소에서 북쪽이 上席이고 그 앞이 남쪽, 왼쪽이 동쪽이고 오른쪽이 서쪽(背北, 前南, 左東, 右西)입니다. 예식장에서의 상석은 주례가 서있는 곳이고, 왼쪽 東(陽方)에 陽의 신랑이 서고 오른쪽 西(陰方)에 陰의 신부가 서야 합니다. 이 원칙(壻東婦西)은 傳統이나 新式이 모두 동일하고, 나아가 동서양의 공통예절이기도 합니다.[참고로 掠奪婚에서 비롯되었다는 서양의 혼례식도 우리와 같은 壻東婦西입니다.]
만일 반대로 신랑이 서쪽에 서고 신부가 동쪽에 서는 것은 제례에서 紙榜을 쓰는 형식(考西妣東)이자, 죽은 사람을 무덤에 묻는 陰界의 위치(男右女左)입니다. 이 원리를 알고도 사랑하는 자녀의 혼례를, 死者의 매장형식으로 세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혼례의식은 반드시 우리의 전통인 남동여서(壻東婦西)의 원리를 지켜서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唜)